커피 문화속으로(3)

  

근대 시민사회가 남성위주의 사회였고 여성은 여전히 가정의 테두리에 갇혀 있었지만 여성들의 이
   탄원서는 나중에 남녀평등을 위한 시금석으로까지 여겨 지기도 한다. 이 사건 이후 여성들의
   커피하우스 출입이 증가했으며 1717년 토마스 트와이닝이 영국 최초의 티 하우스를 개점하여 여성들만의 공간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이런 역사적인 일련의 사건에서 배우는 교훈 하나는 모든 음료 혹은
   물건이 국민적인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다른 성’, ‘다른 연령’을 포옹하고 가야만 한다는 것.

 

커피견문록 이란 글을 쓴 「스튜어트 리 앨런」의 지적대로 아직까지 가장 맛없는 커피를 파는 나라
   중 하나가 미국이다. 이 방랑자는 가장 맛없는 커피를 찾고자 미 대륙을 횡단 하기도 했다. 지금에
   와서 미국의 커피 문화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나는 기존의 맛없는 커피문화 즉
   미리 우려내 놓고 파는 ‘오늘의 커피’ 스타일을 지속적으로 즐기는 나라이고, 다른 하나는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관심과 그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는 나라이다.

 

   유명 브랜드를 필두로 한 미국의 스페셜티 커피 문화가 우리나라에 끼치는 영향이 지대했고 앞으로의 커피시장이나 문화도 미국의 경우를 따라갈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현재의 미국 스페셜티
    커피 문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스타벅스 커피가 탄생하기 전까지 미국은 가장 맛 없는 커피를 즐기던
   나라였다. 스타벅스가 에스프레소 한잔의 진가를 알리기 전까지 그들에게 커피는 그저 습관적으로
   마시는… 물에 커피가 헤엄쳐 건너간 정도의 맛이었다. 미국 또는 다른 나라의 커피 애호가 들에게
   스페셜티 커피의 고향이 어딘지 물어보면 대부분 스타벅스가 탄생한 시애틀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조금 지식이 있는 커피광들에게 스페셜티 커피의 본고장을 물어보면 오리건주 포틀랜드라고 말한다.
   논쟁의 여지야 있겠지만 이 지역을 성지로 꼽는 이유는 사회적 의식이 있는 스페셜티 커피 원두 수입
   사, 공급사, 스페셜티 산업을 대변하는 4개의 유수한 잡지- Barista, Roast, Fresh cup, Imbibe,
   Bellissimo coffee- 사가 몰려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지역의 커피가 앞으로 커피 문화를 이끌어 갈 것 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이들이 추구하는 방식이 지속 가능한 커피산업- 생산자인 커피농부에서 가공자, 유통업자, 소비자에 이르기 까지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공정 무역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며 커피 맛에 관한 타의 추종을 부러워할 정도의 스페셜티 원두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세계 최고의 스페셜티 커피를 찾기 위해 세계 각지의 커피벨트를 여행하고 있으며 농부들에게 정당한 땀의 대가를 지불하기 위해 기금을 지원하고 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이들이 추구하는 방식이 시장에서 커피를 제 위치에 올려 놓는 역할을 할 것이고 소비의 패턴도 더 자연적인 것, 더 윤리적인 원두로 바뀌어 갈 것이다.

 

추후 한국의 커피문화에 대해 따로 칼럼을 쓸 계획이지만 다방문화, 인스턴트 커피로 대표되던 우리나라의 커피 문화도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주변 골목 곳곳에 고급 로스터리 하우스가 속속 생겨나고 지역을 중심으로 스페셜티 커피 길드도 형성되고 있다. 커피시장에서도 그저 남의 문화나 제품을 받아들이던 때와는 달리 지금은 우리 스스로의 문화를 창조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춰가고 있다. 커피에 대한 자원도 없고, 전문가도 없었던 일본이 지금은 커피시장이나 문화를 일정부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선 것처럼 언젠가 우리나라도 우리만의 스페셜티 커피 농장을 해외 현지에 설립하기도 하고, 우리의 커피 제품이나 용품이 국제표준이 되며, 우리의 커피 추출법이나 문화가 해외로 전파되어 히트칠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