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로 커피배우기

단정한 콧수염이 잘 어울리는 남자.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네거리에서 옥탑방 커피선생으로 유명한 황호림(42)씨의 첫 모습이다. 황씨(이후로 옥탑방 커피선생으로 칭함)가 운영하는 커피선생 옥탑방에 들어가는 순간 "도심 한복판에 이런곳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옥탑방 정면에 있는 큰 창을 통해 한눈에 들어오는 인사동 풍경과 작지 않은 테라스, 옥탑방에 잔잔히 흐르는 째즈 음악이 커피의 맛과 향을 더했다. 옥탑방에 들어서면 우선 장식장을 빼곡히 채운 각종 커피 추출도구들에 눈길이 간다. 이탈리아와 일본, 한국의 각종 커피추출 도구는 마치 작은 박물관을 연상 시킨다. 능숙한 솜씨로 핸드드립을 내려주는 옥탑방 커피선생은 3년전까지 커피관련 사업과 카페를 운영하다 치열한 카페운영을 그만두고 커피선생으로서 새로운 인생을 개척했다. 커피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그는 '커피선생'으로 제2의 터닝포인트롤 찾았다. "남들은 카페운영이 로망이라고 하는데, 쉽지 않아요. 그래서 제가 잘 하는 교육과 커피를 접목 시켜서 옥탑방 커피선생이 되었지요." 사실 그는 샐러리맨 시절 자타가 공인하는 HRD 전문가였다.

커피를 시작한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후회한 적 많다" 라고 껄껄껄 웃으며 답했다. 그러면서 "자꾸 돈이 나가고 주머니는 홀쭉해 지는데도 커피를 연구하고 커피와 관련된 컨텐츠를 만들다 보면 재미가 있었다"고 했다. 직장생활을 정리할 때도 그랬지만, 카페를 정리할 때도 두려움이나 미련은 없었다.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면 가급적이면 한살이라도 더 젊었을 때 해야 한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커피교육을 무료로 한다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2012년 9월 이었어요. 평소 알고 지내시던 분이 하루는 카페에 오셔서 차와 관련된 모임에 자주 나가는데 회원들이 분기마다 모여서 불우이웃 돕기 바자회도 하고 상호 교류를 많이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분이 돌아가시고 나서 '차도 하는데 커피는 왜 못할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SNS에 커피를 가르쳐 줄테니 배울 사람은 모이라고 했죠. 3일만에 100명이 모이더군요.성대한(?) 창립총회를 열고 바로 교육을 시작했죠. 그 때는 카페를 하던 시절이라 1주일에 1번 카페에 사람들을 모아서 강의를 했었습니다." 그런일이 어떻게 가능했냐는 물음에 "실익을 떠나 순수한 마음으로 커피문화를 전파해 보자는 진심이 통했던 것 같습니다."

커피선생의 옥탑방에서는 주 3회 무료 강좌가 펼쳐진다. 옥탑방 교육 중 가장 기본이 되는 핸드드립과 커피감별, 에스프레소 메뉴 과정이 월/수/목에 걸쳐 열리고 마지막 과정인 로스팅은 교육생들의 시간에 맞춰 진행된다. 돈을 안받고 어떻게 유지가 되는지 궁금했다. 이에 "처음에는 모든게 무료 였습니다. 그런데 교육생들이 이렇게 하면 본인들이 너무 미안하다며 자율적으로 재료비를 내고 가더군요. 그리고 교육생 운영진에서 매회 참석 때 마다 과정에 따라 2~3만원의 재료비를 각출하자고 의견을 모아서 그렇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커피선생의 옥탑방에서는 재료비 외에는 일체의 교육비나 금품을 받지 않는다.

옥탑방으로 옮긴 후 일이 훨씬 자유로워 지고 마음이 편해졌다고 한다. 돈을 벌려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커피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것을 즐기자고 마음 먹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소비지와 소비자 입장에서 커피맛을 분별하고 평가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하려고 합니다. 이미 기본은 잡혔고 출판과 더불어 본격적인 교육이 시작될 것 같습니다"

커피를 배우고자 하는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부탁했다. 커피잔을 들고 곰곰이 생각하던 그의 답변은 단순하면서도 명료했다. "커피가 말하는 조화로운 맛과 향에 집중하면 그에 어울리는 사람들을 만나고, 하고자 하는 일도 성공 할 겁니다."

그의 핸드드립 커피향이 옥탑방 공간과 코 끝에 오래 남았다.

*옥탑방 커피선생 위치*

주소: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 23-1 경일문화가게 건물 5층

전화: 010-6263-9595

이메일: coffeezone4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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